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

고물가 시대, 폐지를 줍는 어르신의 생존 경제

by 채삐 2025. 4. 8.


1. 보이지 않는 일터, 거리 위의 노동자들


이른 새벽이나 해 질 무렵, 손수레를 끌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폐지를 수거해 고물상에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비공식 노동자’들이다. 정부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들의 노동은 분명 경제활동이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폐지 수거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2. 하루 수입은 고작 몇 천 원, 생계 유지 가능한가?


폐지를 수거해 얻는 수입은 매우 미미하다.

서울 기준으로 하루에 8~10시간 이상 거리에서 폐지를 모아도 고물상에서 받는 돈은 평균 3,000원에서 5,000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폐지 단가도 하락세를 보여, 더 많은 양을 모아야 같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나 이동성 문제까지 더해지면, 이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생계 그 자체인 것이다.

3.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폐지를 주워야 할까? 국민연금 수급이 어려운 세대이거나, 연금을 받는다 해도 월 20만~30만 원 수준의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채,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된 노인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엔 기준이 까다롭고, 일자리를 구하기엔 연령이 너무 높다.

폐지 줍기는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노동 시장’인 셈이다.

4. 우리 사회가 외면한 진짜 문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의 증가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조적인 빈곤 문제이자,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일회성 지원이나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보다 정교한 복지 설계와, 어르신들도 dignified하게 일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거리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어르신들이 더는 외면받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