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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일자리 창출 정책, 왜 소도시에선 효과가 없을까?

by 채삐 2025. 4. 21.

일자리가 없어서 떠나는 걸까, 떠나니까 일자리가 없는 걸까?


소도시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지방 곳곳에서 폐교가 늘어나고, 빈 상가가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 고용장려금, 창업 지원, 공공근로사업까지, 나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런데도 왜 소도시엔 여전히 사람이 없고, 경제가 죽어가는 걸까?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정책은 있는데, 왜 현실에선 체감이 안 될까?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일괄 적용’이다.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대도시는 경쟁이 치열한 대신 기회도 많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반면에 소도시는 사람도 적고, 시장 자체가 작다.

같은 창업 지원금이라도 서울에서는 카페 하나만 차려도 유동 인구가 많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시골 마을에서는 그 돈으로 아무리 열심히 장사해도 매출을 내기 어렵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은 충청도 어느 소도시에서 카페를 열었는데, 평일에는 하루에 손님이 다섯 명도 안 들어온다고 한다. 지원은 받았지만 결국 버티질 못했다.

정책은 있지만, 지역 현실에 맞지 않으면 결국 ‘있으나 마나’한 셈이다.



사람은 떠나고, 일자리는 남지 않는다


결국 일자리는 사람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소도시는 점점 사람이 줄고 있다. 특히 청년 인구가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있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한 번 서울로 간 청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 남은 건 고령층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도 그걸 채울 사람이 없다. 인구 유출이 일자리 부족을 만들고, 일자리 부족이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고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전체와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업도 오지 않는데, 무슨 일자리가 생기겠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소도시에 안 오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없고, 교통도 불편하고, 시장도 작기 때문이다.

어쩌다 공장 하나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또 일자리는 사라지고, 지역 경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산업단지를 만들어봤자 텅 빈 곳도 많고, 입주 기업이 몇 개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업이 오지 않는 한, 민간 일자리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으니, 애초에 선택지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 일자리는 의미 없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자리 성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공공근로나 단기 계약직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통계상 고용률은 잠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대부분 임시방편일 뿐이다. 다음 해 예산이 끊기면 일자리도 사라진다.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또 들어가고, 다시 사라지고… 이게 반복된다.

이런 일자리를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들은 ‘일하는 게 일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안정성도, 지속성도 없다.

이런 식으로는 지역에 진짜 기반이 되는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그 지역만의 해답이 필요하다


결국 소도시에는 그 지역만의 해답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이라면 농업과 연계된 스마트팜이나 가공 산업, 관광지가 있는 지역이라면 문화나 체험 산업 같은 걸 키워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청년 창업이나 제조업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 학교, 기업, 지자체가 협력해서 ‘사람을 키우고 붙잡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돈을 뿌리는 정책으론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욕구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시작점이어야 한다.



진짜 일자리는 ‘머물고 싶은 도시’에서 생긴다


결국 중요한 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병원, 교육, 문화시설, 교통…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젊은 사람들도 돌아올 생각을 한다.

사람이 돌아오고 머물러야 기업도 관심을 가진다. 기업이 들어와야 진짜 일자리가 생기고, 그 일자리가 지역 경제를 다시 살린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결국 사람은 떠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성과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진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